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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곳이지? 도심 속 숨은 특별한 공간


길을 걷다가 ‘여기는 뭐 하는 곳이지?’ 하고 걸음을 멈췄던 기억, 누구라도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비슷한 풍경의 네모반듯한 도시에서, 우리는 가끔 ‘낯섦’이 주는 즐거움을 찾는다. 동대문의 상징이 된 DDP는 그 낯섦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보여준다. 마치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독특한 건축물 하나가 동네 전체의 공기를 바꾸었으니.

동대문은 본래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진 동네다. 밤을 새워 돌아가는 도매 시장의 활기, 오래된 주택가의 정겨운 골목, 그 사이사이 스며든 새로운 문화 공간들. 전통과 현대, 고요함과 소란함이 한데 뒤섞여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DDP가 이 동네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웠다면, 골목 안쪽 공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동대문의 결을 묵묵히 지켜왔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DDP를 시작으로, 동대문 곳곳에 숨겨진 ‘변주곡’ 같은 공간들을 소개한다. 하나의 주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재창조하듯, 이 공간들은 '낯섦'이라는 공통의 정서를 저마다의 언어로 풀어낸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직선과 곡선이 만나 만드는 동대문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

간판 없는 골목에서 발견한 안식처

모자이크

사진 제공: 이우영

신당동에는 유독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골목이 많다. 서울의 고도화된 풍경과 빠르게 흐르는 시간과는 다른, 지역민의 삶과 생활이 진정으로 굽이치는 길. 중고 음반을 취급하는 레코드숍 모자이크는 주택이 즐비한 동네 좁은 길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상권이랄 것 하나 없는 위치에, 이렇다 할 간판조차 없이. 두드러지기보다 정경에 녹아드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덕분에 이곳은 동네의 이방인이 아닌 오래된 이웃처럼 자리 잡았다.

사진 제공: 이우영

매장 내부에는 각자의 시간을 품은 레코드가 빼곡하다. 소울, 재즈, 아프로, 사이코델릭 등 장르 또한 가지각색. 모든 선율은 이 작은 공간 안에서 하나가 된다. 마치 저마다의 모양과 색채가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모자이크’ 미술 기법처럼. 방문객은 원하는 방식대로 공간을 즐기면 된다. 청음을 위해 마련된 턴테이블로 음악을 감상할 수도, 매장 한편에 마련된 소박한 휴게 공간에서 커피 한 잔을 음미할 수도 있다. 넘치도록 가득한 LP 커버를 뒤적이며 시대의 감각을 느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주소ㅣ서울 중구 다산로31길 64 1층 (이전 예정 주소: 서울 중구 청구로22길 28-3)
운영 시간ㅣ화-일 13:00-20:00, 월요일 정기휴무

분주한 도심 속 붉은 벽돌의 요새

경동교회

사진 제공: 이우영

프랑스의 노트르담 대성당부터 인도의 타지마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까지. 위대한 종교 건축물은 개인의 신앙과 무관하게 압도적인 경외심을 자아낸다. 서울 장충동의 경동교회도 그중 하나. 도심 한복판, 번잡한 대로변이라는 위치가 오히려 이 건축물이 만드는 충만함을 더 부각한다. 그 존재감의 중심에는 기도하는 두 손을 형상화한 메인 타워가 있다. 건축이 곧게 뻗어 올라가야 한다는 통념을 비튼 형태다.

본당에 들어서려면 계단 언덕길을 따라 교회를 빙둘러 가야 한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올랐던 골고다 언덕길을 형상화한 길이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한 걸음씩 오르다 보면 도심의 소음은 점차 멀어지고, 고요함 속에서 자연스레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계단을 오르며 마음을 가다듬고 실내에 들어서면, 노출 콘크리트 벽면과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 웅장한 오르간이 만드는 장엄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오르간 연주를 직접 듣고 싶다면, 때때로 열리는 음악회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하도록 하자.


주소ㅣ서울 중구 장충단로 204

찰나의 순간을 붙잡는 북촌 서재

이라선

사진 제공: 이라선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배’라는 뜻을 품은 이라선은 보기 드문 사진 전문 서점이다. 책장에는 세계 곳곳의 작가가 자신만의 관점으로 포착한 순간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사진집은 대부분 단순히 잘 찍은 사진의 나열보다는, 기획이 충실하게 들어간 일종의 이야기집에 가깝다. 그렇기에 누구나 양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임에도 ‘왜 사진은 예술이 되는가’를 책에서 깊이 느낄 수 있다. 견본 사진집을 준비해 두고 부담 없이 열람할 수 있게 한 운영 방식에서는 방문자를 환영하는 이라선의 태도가 느껴진다.

사진 제공: 이라선

공간은 편안하고 아늑하다. 이곳에서 화려함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집 안 서재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 주인장의 다분히 의도적인 연출 덕분이다.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북촌이라는 입지 또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내는 사진 매체와 묘하게 닮았다. 그래서인지 이라선에서의 시간은 공간을 닮아 고요하게 흐른다. 통창으로 쏟아지는 고즈넉한 풍경과 온화한 햇빛,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초록색 의자와 나무 책장. 지금의 순간이 하나의 사진집이 된다고 상상하며 공간을 음미한다면, 누구보다 이곳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주소ㅣ 서울 종로구 북촌로 1길 30-11 1층
운영 시간ㅣ 월-토 13:00-19:00, 일요일 정기휴무

세대를 건너는 골목 사랑방

애락

사진 제공: 애락

훌륭한 커피 못지않게 친절까지 주력하는 카페. 테이블 간의 여유로운 간격이나 집중하기 좋은 조용한 분위기 같은 건 이곳에 없다. 하지만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 피어나는 웃음만큼은 어느 곳보다 가득하다. 희로애락의 ‘애락’에서 슬픔(哀)을 빼고 사랑(愛)을 선택한 상호에는, 사랑과 즐거움만 주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주인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사진 제공: 애락

애락은 남녀노소 그 누가 와도 상관없다. 침팬지가 와도 된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여느 입소문 난 카페처럼 젊은 사람의 방문뿐만 아니라 동네 어르신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아늑하고 빈티지한 인테리어는 주인장의 취향이 진득하게 반영된 결과지만, 각양각색의 소품 중에는 손님이 ‘여기에 어울릴 것 같다’라며 두고 간 것도 적지 않다고. 첫 방문에는 사장과 손님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실내를 경험하고, 날씨가 좋을 때 다시 찾아 야외 좌석에서 한가로이 여유를 즐긴다면 애락을 제대로 만끽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소ㅣ서울 중구 청구로22길 36
운영 시간ㅣ매일 8:00-20:00

시간이 멈춘 거리, 어른들의 유토피아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사진 제공: 이우영

요즘 어른들은 동심 찾기에 여념이 없다. 삼삼오오 모여 ‘경찰과 도둑’을 하고, 취향에 맞춰 ‘볼펜 꾸미기’에 열중한다. 그리고 그 시절 순수함을 그리워하는 지금의 시류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창신동의 문구완구거리다. 인형이나 각종 장난감은 물론이거니와 레고와 RC 카, 유명 애니메이션 피규어 등 어디로 눈을 돌려도 혹하는 물건투성이다. 어린이에게는 흥미를, 어른이에게는 추억을 선사하는 천국 같은 곳이다.

사진 제공: 이우영

필수로 방문해야 할 가게도 많다. 이 거리의 터줏대감이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승진완구, 레트로한 인테리어와 추억의 물건으로 가득한 동심쇼핑센터, 카피바라 인형으로 점령당한 카페 카카리코까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 골라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근방에는 구제시장, 청계천 수족관거리 등 서울에서 유일무이한 풍경이 여럿이니, 온 김에 패키지 여행처럼 한 바퀴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동대문은 한 가지 색으로 규정되지 않는 다채로운 동네다. 중요한 건 각각의 공간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낯섦'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압도적인 형태로 나타나든, 은밀하고 조용한 방식으로 스며들든, 우리는 그 낯선 경험 속에서 일상의 사소하고도 소중한 틈을 발견할 수 있다. 지도 앱을 끄고 천천히 동네를 걸어보자.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본다면, 당신의 발걸음을 기다리던 특별한 공간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주소ㅣ서울 종로구 종로52길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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