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트렌드 디자인매거진

디자인매거진

디자인 전문 매체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제목
ARG 본사
추천수
0
등록일
2020-08-20

INTERIORS KOREA OFFICE

ARG 본사


external_image


인간은 해석하는 동물이다. 누적된 경험치로 세상을 읽는다.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누군가와 마주하거나 특정 사건을 목격할 때,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과 말의 높낮이, 여기에 자신의 과거 기억을 대조하며 저마다의 독해를 수행한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현장 답사하듯 클라이언트의 내면(interior)을 살펴보고 파악하는 일, 그것도 어떤 의미에서 ‘설계 작업’에 해당한다. 엠엠오에이 스튜디오(mmoa.studio)의 김진웅과 이효은이 ARG(AgRich Global)의 대표를 만나 가장 먼저 한 일도 바로 이 작업이었다. 보험회사 이름을 닮은 ARG는 가축용 사료를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해석의 결과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제출한 답안지가 정답과 일치하는 다소 ‘뻔한’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로. 시험 문제를 틀렸을 때는 불쾌할 수 있지만, 마주 앉은 사람이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엔 묘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이 사람, 대체 뭐지?’하는 의구심이 호기심으로 바뀌는 기분을. 클라이언트는 후자에 속했다. 

아름다움은 젊음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령에 속하는 사람도 인테리어에 열정을 가질 수 있다. 클라이언트는 전체적인 콘셉트부터 마감재와 같은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입 닫고 지갑 한번 열어주라”는 노랫말도 있지만, 그는 입도 열고, 귀도 열었다. 자기 목소리에서 권위를 덜어낼 줄도 알았다. 

다소 ‘의외’의 모습을 본 이효은과 김진웅은 판단을 수정했다. 단편적인 인상만으로 사람을 파악하긴 어렵다고. 이윽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그와 마주하고 대화하는 나날들의 두께와 비례할지 모른다고. 나아가 확신했다. 한 인간을 구성하는 건, 그가 살면서 비축해온 시간들의 집합이라고. 떠오른 문장들이 증발하기 전, 그것들을 도면 위에 그려보기 시작했다. 무언가 겹쳐지고 쌓여가는 모습을. 

거기에 사연 하나가 덧대어졌다. 공예를 전공했지만, ‘공예’라는 명사 대신 ‘만든다’란 동사로 스스로를 주조하길 바란 윤라희 작가의 이야기다. 우연인지, 두 사람과 윤라희는 묘하게 겹치는(overlap) 지점이 있었다. 김진웅과 이효은은 작업 방식에 명확한 경계를 긋고 규칙을 만들면, 골방에 갇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윤라희는 작업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분야에 거주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의 ‘작품’을 갤러리가 아닌 장소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겹은 이윽고 ‘곁’이 됐다. 위계의 단차를 없애고 함께하기를 중시했던 클라이언트의 생각이, 기둥을 중심으로 레이아웃을 쌓아가는 발판을 마련했고, ‘켜켜이 쌓여가는’ 공간에 상징적 요소를 가미하는 협업으로 이어졌다. 경계를 지우려는 집단이, 경계를 의식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 경계 없는 사무실을 완성했다. 앙상했던 도면이 밀도 높은 공간이 될 수 있던 건 바로 이러한 ‘일화(anecdote)들의 다발(bundle)’ 덕분이었다. 

오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유형의 사람이 있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할 줄 안다는 점이다. 본인의 판단이 언제나 ‘틀릴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품은 사람, 해석이란 단어의 동의어가 보편이 아니란 걸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은 역설적으로 품을 수 있는 외연이 넓을 수밖에 없다. 교차하는(intersectional) 요소 하나하나를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정리해두니까. 

뜬구름 잡는 말을 한 이유가 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효은과 김진웅은 이런 말을 남겼다. 몇 달 뒤 현장을 다시 찾았을 때,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이 현실이란 액자 속에 정확히 포개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함께한 시간이, 같이 나눈 이야기가, 공간에 담겨있어 즐거웠다는 문장을 덧붙이며. 당시를 회상하는 두 사람의 모습과, 지면 제한으로 미처 담지 못한 대화들이 쌓였을 때, 앞서 말한 그런 유형의 사람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물론 이건 엠엠오에이 스튜디오란 이름에 한 겹 얹혀보는 지극히 개인적 해석이다. 정답은 아니다. 내게는 인상 깊은(impressive) 장면(view)이 누군가에겐 그저 ‘인상평’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까.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사진 작가의 시선과 우리의 시선이 함께 담긴 장면이다.” 엠엠오에이 스튜디오 이효은 실장의 말이다. 설계팀은 공간의 디테일한 부분을 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반복적인 겹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전체적인 형태에 초점을 맞췄다. 조명과 천장의 원형 구조물,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겹치다’란 콘셉트가 사실상 바로 이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손잡이는 윤라희 작가가 자신의 기존 작품인 ‘Block’ 시리즈를 응용해 제작했다. 문을 열면 보이는 ARG 본사의 모습이다. 엠엠오에이 스튜디오의 김진웅 소장은 ‘겹치다’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고자 입면을 대놓고 드러내기보다는 부분들을 겹치도록 연출해, 은밀하면서도 밀도감 있는 공간감을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그런 연출 장치 중 하나는 입구 우측에 보이는 유리 선반이다. 정면에서 볼 때는 평면이던 선반이, 측면으로 이동하자 입체적으로 보인다. 김진웅은 일부러 선반의 디자인을 비스듬한 빗각으로 처리했다. 거기에 ARG를 상징하는 파란색을 입혔다. 파랗게 물든 선반은 ARG의 제품들을 진열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겹쳐지는 파란 유리와, 그 위에 ARG란 기업의 정체성이 포개지는 연출을 통해, 그가 공간에 구성하려 했던 밀도감이란 콘셉트를 입구부터 한 겹 한 겹 쌓아가는 모습이다.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클라이언트는 ‘기업의 대표’ 하면 떠오르는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그는 직원과 서로 마주보며 대화하고 함께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걸 구현해 줄 수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제안한 게 원형의 라운지였다. 원이야말로 서로서로 마주보기에 적합한 형태였기 때문이다. 의견에 뼈대를 갖춘 건 엠엠오에 스튜디오였다. 이들은 중앙의 기둥을 구심점으로 클라이언트가 상상한 형태를 현실 공간에 그려냈다. 직원을 생각하는 클라이언트의 따뜻한 마음이 사무공간보다는 공용 공간의 규모를 확장하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사무 공간의 파티션은 아크릴을 사용해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ARG 본사의 평면도는 정사각형이 아닌, 한쪽 모서리가 접혀있는 형태다. 그걸 알고서도 이곳을 사무실로 선택한 이유는 바깥 풍경이다. 보통 경기도 성남시 소재한 분당이란 지역은 푸른 숲이 아닌 빌딩숲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이곳은 빌딩이 아닌 큰 공원 하나가 보였다. 그 전경을 차경하고자 설계팀은 바깥 풍경을 적극 이용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해 고민했고, 결과는 사진 속에 보이는 대청마루다. 두 사람은 대청마루를 단상처럼 연출해 평상시에는 직원들이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때로는 무대로도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대청마루 옆에 위치한 회장실의 모습이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을 공간에 풀어내려 고민하던 엠엠오에이 스튜디오에게 클라이언트는 마감재로 원목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제안했다. 이를 수용한 두 사람은 최대한 건조시켜 사용할 수 있는 느티나무와 스프러스를 가공해 가구와 오브제 월로 활용했다. 테이블도 오브제 월과 마찬가지로 원목을 이용해 직접 제작했다. 천장에는 광 바리솔을 설치했다.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라운지에 놓여있는 벤치의 모습이다. 의자는 윤라희 작가가 아크릴로 제작했다. 아크릴이 가진 취약점 중 하나가 바로 흠집이 나기 쉽다는 점이다. 윤라희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아크릴 위에 보호막을 덧대어보면 어떨까 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아이디어가 옻칠이다. 옻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액상을 바르게 아크릴 위에 발라봤다. 이런 상상이 기존 소재에서 볼 수 없었던 깊이감과 무게감을 더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의자를 본 이효은은 ‘말랑말랑한 양갱’같다고 말했다. 

윤라희 작가는 공예를 전공했다. 일각에선 공예와 ‘어울리지 않는’ 아크릴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작가에게 ‘경계를 넘는’이란 수식어를 붙이는데, 사실 그는 애초에 무언갈 넘나들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잘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는 켜켜이 쌓이는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작업 ‘Block’ 시리즈를 변주했다. 한 개 혹은 두세 개의 색을 가진 단일 조각을 블록 속에 담아내는 기존의 작업과 달리, 이번에는 한 개의 색을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조각과 조각이 만나는 면을 강조했다. 단순한 형태가 다면적으로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밀도감을 더하는 방식으로. 천장에 달린 원형 오브제 역시 바로 그러한 겹을 상징한다. 

엠엠오에이 스튜디오가 클라이언트에게 선물한 연필꽂이와 필통이다. 연필꽂이는 ARG의 상징인 파란색을 이용했고, 필통은 앞서 말한 ‘양갱 같은’ 벤치처럼 만들었다. 클라이언트와 설계팀 그리고 작가가 함께 차곡차곡 쌓은 시간과 이야기가 담긴 이 물건들은 엠엠오에이 스튜디오 사무실 책상 위에도 자리하고 있었다.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external_image



Design mmoa.studios / Jinwoong Kim, Hyoeun Lee

(02)6439-0664 mmoastudios.com

Design Team mmoa.studios / Sehyeon Kwon, Seonghyeon Baek

Construction mmoa.studios 

Artwork Studio RA / Rahee Yoon raheeyoon.com

Location Seongnam-si, Gyeonggi, Korea

Area 206㎡

Floor Bolon Tile

Wall Special Painting, Hardwood

Ceiling Painting, Barrisol

Editor Seunghun Kim

Photograph Yongjoon Choi


(컨텐츠 제공 : 월간인테리어 / 2020.08)

목록

현재 페이지에 대한 정보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의견을 수렴하여 빠른 시일 내에 반영하겠습니다.

현재페이지 만족도 조사
콘텐츠 담당자 : 홍길동 [홍보팀]
전화문의 02-000-0000
공유하기
http://www.seouldesign.or.kr/board/30/post/104590/detail?menuId=1088&boardCateId=
URL 복사
상단으로